“죽이겠다” 스토킹해도 처벌 전무 … 무력한 스토킹 처벌법

“죽이겠다” 스토킹해도 처벌 전무 … 무력한 스토킹 처벌법

“죽이겠다” 스토킹해도 처벌 전무 … 무력한 스토킹 처벌법

춘천지법·산하 4개 지원 판결 10건 중 2건'공소기각'
경찰 대응 강화 … 법무부 반의사 불벌죄 폐지 추진

사진=연합뉴스

춘천의 A(25)씨는 2년간 교제했던 B(여·18)씨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올 2월 11일 새벽에 총 6회에 걸쳐 전화를 걸었다. 이날 "너 주변 애들도 죽일 거야" "너네 가족 다 죽일거야" 라고 문자도 보냈고, 피해자의 주거지에 주차를 하고 기다렸다. A씨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춘천지법에 넘겨졌지만, 아무런 처벌은 받지 않았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부탁으로 처벌 불원서를 작성해 주면서 공소가 기각됐기 때문이다.

최근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으로 스토킹 범죄 대응의 공백이 부각되는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스토킹 범죄가 '반의사 불벌죄'로 규정된 것이 꼽히고 있다. 반의사 불벌죄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상습적,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非)우발적 범죄인 스토킹을 반의사 불벌죄로 두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나섰다.

본보가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춘천지법과 산하 4개 지원에서 내려진 관련 판결 10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서 공소 기각된 사례가 2건 있었다.

스토킹 처벌법 위반, 주거침입 혐의로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넘겨졌던 C씨는 올 6월 주거침입 혐의로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C씨는 교제했던 여성이 자신과 함께 키우던 강아지를 집 밖에 두었다는 이유로 올 2월 10일 '죽여버린다'고 말하고, 보름 뒤에는 피해자의 주거지를 찾아가 몰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술을 마셨다. 하지만 피해자가 C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관련 공소는 기각됐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 이후 올해 7월까지 도내에서 접수된 스토킹 피해 신고는 1,197건에 달했다. 경찰청은 지난 16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지휘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스토킹 범죄 등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법무부도 "스토킹 처벌법이 반의사 불벌죄로 규정돼 초기 수사 기관이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2차 가해나 보복 범죄를 가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 입법을 통해 반의사 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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