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8.19선고 2020도 16111판결

대법원 2021.8.19선고 2020도 16111판결

상담소 0 157 02.05 15:22

【판시사항】

[1]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에 따른 준수사항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2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법적 성격(=구성요건해당성 조각사유) 및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2] 피고인이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1년간의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치료명령)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는데, 그 집행에 불응하여 같은 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복역하다가 징역형 집행종료 2개월 전 재개된 치료명령의 집행시도에서 약물치료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보호관찰관의 약물치료 지시에 다시 불응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집행시도 당시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점을 이유로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피고인의 준수사항 위반행위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한다) 제10조 제1항 제1호는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이하 ‘치료명령’이라고 한다)을 받은 사람은 치료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라 성실히 약물치료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5조 제2항은 “이 법에 따른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제10조 제1항 각호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성충동 약물치료는 치료대상자의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 인격권 등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이므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35조 제2항은 약물치료 등 치료명령을 수인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치료명령에 따른 준수사항을 위반하더라도 벌할 수 없도록 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고자 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으로서, 실정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정당한 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사유로,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이는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나 책임조각사유인 기대불가능성과는 구별된다.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충동약물치료법의 목적과 기능 및 준수사항 위반에 대한 같은 법 제35조 제2항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피고인이 준수사항을 위반하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준수사항을 위반함으로써 발생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피고인이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1년간의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이하 ‘치료명령’이라고 한다)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는데, 그 집행에 불응하여 성충동약물치료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복역하다가 징역형 집행종료 2개월 전 재개된 치료명령의 집행시도에서 약물치료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보호관찰관의 약물치료 지시에 다시 불응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치료명령을 규정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성충동약물치료법이 2017. 12. 19. 법률 제15254호로 개정되어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 집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심리ㆍ판단하도록 하는 집행면제 신청 제도가 신설되었는데(같은 법 제8조의2), 그 부칙 제3조는 신설된 집행면제 관련 규정이 개정법 시행 전에 치료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규정한 점, 피고인의 경우 집행시도 당시 치료명령 선고일로부터 6년 가까이 경과하였으므로 여전히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등 치료명령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을 필요가 있었고, 피고인도 이를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던 점, 그런데 피고인은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의2 제2항의 집행면제 신청기간의 제한 등으로 인하여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집행시도 당시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점을 이유로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피고인의 준수사항 위반행위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성충동약물치료법 제35조 제2항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0조제12조제17조제37조 제2항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조제8조 제1항제8조의2제10조 제1항제14조제35조 제2항, 부칙(2017. 12. 19.) 제3조 [2]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1항제2항제10조 제1항 제1호제14조제35조 제2항, 부칙(2017. 12. 19.) 제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2018하, 2401)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기훈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11. 4. 선고 2020노200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와 쟁점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3. 8. 2.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등으로 징역 5년 및「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1년간의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이하 ‘치료명령’이라고 한다) 등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은 2014. 4. 10. 확정되었다(이하 ‘성폭력 사건’이라고 한다).

피고인은 치료명령에 따라 치료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라 성실히 약물치료에 응하라는 준수사항을 이행하여야 함에도, 치료기간인 2019. 5. 7. 보호관찰관의 지시를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아니함으로써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고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피고인에게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신설된 집행면제 신청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집행된 치료명령은 위헌이거나 위법하여 무효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이 사건 처벌규정

성충동약물치료법 제10조 제1항 제1호는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은 치료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라 성실히 약물치료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5조 제2항은 “이 법에 따른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제10조 제1항 각호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이하 ‘이 사건 처벌규정’이라고 한다). 한편 2017. 12. 19. 신설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의2는 징역형과 함께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징역형의 집행종료 무렵에 치료명령의 집행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치료명령 집행개시 시점에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음에도 이러한 판단을 받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다면,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이다.

2. 성충동 약물치료와 관련 규정의 해석

가.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

1)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는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성충동 약물치료를 실시하여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이다(성충동약물치료법 제1조 참조). 그런데 치료대상자의 동의 없이 법원의 명령에 따라 강제로 성충동 약물치료를 하도록 하는 제도는 세계적으로 드물고, 특히 약물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더구나 국내외적으로 실제 약물치료 집행 사례가 많지 않아 약물치료의 효과나 치료약물의 부작용 등에 대하여 충분한 사례를 통한 연구가 이루어지지도 못한 상황이다.

2) 헌법재판소는, 치료명령을 규정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 제1항에 대하여 입법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원칙적으로는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이 충족되나, 장기형이 선고되는 경우 치료명령의 선고시점과 집행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어 집행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치료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3헌가9 전원재판부 결정, 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성충동약물치료법에 따른 치료명령에 의하여 약물투여가 되면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성적 욕구나 행위까지도 억제될 수 있고, 이는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자유, 헌법 제10조에서 유래하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 인격권을 제한한다고 하고 있다.

3) 대법원 역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치료명령은 원칙적으로 형 집행종료 이후 신체에 영구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약물의 투여를 피청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상당 기간 실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침익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2301, 2013전도252, 2013치도2 판결 참조).

4)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 후문).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헌법에 합치되게 제도를 설정하고 운용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에 위와 같은 기본권 제한적 성격이 있음을 충분히 고려하여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되지 않도록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비추어, 치료명령의 선고시점과 집행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는 경우 집행시점에도 여전히 집행의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하여 판단을 받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제도를 합헌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로 보아야 한다.

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개선입법

1)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성을 지적하되 입법시한을 정하여 개선입법을 촉구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경우 입법부는 그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지적된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는 개선입법을 해야 하고, 만일 개선입법의 내용이 불충분하여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지적된 위헌성이 제거되지 못하였거나 그 개선입법의 효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면, 그러한 개선입법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위헌이 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9. 9. 26. 선고 2018헌바218, 2018헌가12(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생략)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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